고객이 잠수 탔을 때
- Sharemelon

- 11월 12일
- 4분 분량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면 곤란한 일들을 여러가지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곤혹스러운 일 중에 하나는 바로 클라이언트가 잠수를 탔을 때입니다. 아직 대금 처리는 끝나지 않았고 작업은 진행했는데 클라이언트는 연락이 닿지 않을 때, 작업자의 속은 타들어갑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프리랜서 작가이자 편집자인 Tom May가 알려주는 대응법을 전해드리겠습니다.
[ Don't panic! What to do when clients ghost you ] - Tom May
이메일 답장은 없고, 메세지는 읽음 표시만 떠있다. 그런데 대금은 아직 미지급.
당신의 심박수는? 이미 천장을 찍었다.
고객이 아무 말 없이 사라질 때, 단순히 짜증 나는 걸 넘어 자신감이 무너지고, 현금 흐름에 차질이 생기며 “내가 뭘 잘못했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죠.
하지만, 이건 당신 혼자만 겪는 일이 아니고, 대부분 개인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심호흡하세요.
끝없는 자기 의심의 나락으로 빠지기 전에, 이건 꼭 기억하세요.
고객의 잠수는 당신의 실력이나 인격, 전문성과는 거의 관련이 없습니다. 문제는 대부분, 그들 쪽에 있죠.
예산이 갑자기 삭감됐을 수도 있고, 회사가 구조조정으로 정신없을 수도 있죠. 내부에서 당신을 지지하던 사람이 퇴사했을 수도 있고요. 혹은 (생각보다 흔한 일인데) 그저 일이 너무 많아져서 곤란한 대화를 피하려고 사라진 걸 수도 있어요. “우린 방향을 바꿨어요.” 혹은 “지금은 예산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잠수 타는 게 더 편한 사람도 있으니까요.
인스타그램에서 완벽해 보이는 그 유명 디자이너도 이런 일 겪어봤고, 프리미엄 요금 받는 카피라이터도 답장 한 번 없이 버려진 적 있습니다.
이건 당신이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프리랜서로 일한다는 '리스크'일 뿐이에요.
그리고 꼭 기억하세요: 당신은 ‘승인을 받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겁니다.
클라이언트가 이메일에 빨리 답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의 가치가 낮아지는 건 아니고,100% 계약 유지율이 성공의 척도도 아닙니다.
프로답게, 하지만 집착은 말고 – 후속 연락하기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침묵이 ‘합리적인 시간’을 넘어갔다면, 이제 전략적인 후속 연락을 보낼 타이밍입니다. 중요한 건 품위와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상황을 명확히 하는 것이에요. 절박한 전 연인처럼 보이지 말고, 현명한 비즈니스 오너처럼 행동하세요. 아래는 상황별로 쓸 수 있는 연락 예시입니다.
- 답장이 없는 경우:
“안녕하세요 [이름]님, [날짜]에 보낸 이메일 이후로 소식이 없어 [프로젝트명] 관련 진행 상황을 여쭤봅니다.
우선순위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는 점 이해합니다. 잠시 멈춰야 하거나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면 편하게 알려주세요. 준비가 되셨을 때 언제든 이어갈 수 있습니다.”
- 대금이 미지급된 경우:
“안녕하세요 [이름]님, [날짜]에 마감된 대금청구서 #[번호] 관련해 확인차 연락드립니다.
아마 단순히 바쁘셔서 놓치신 것 같아 여쭤봅니다. 언제쯤 결제가 가능할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진행이 멈춘 프로젝트의 경우:
“안녕하세요 [이름]님, 바쁘신 일정 중이라 생각되지만 [프로젝트명] 관련 진행 상황이 궁금해 연락드립니다.
결정에 시간이 더 필요하시거나 상황이 바뀌셨다면 간단히 알려주시면 제가 일정 조정에 참고하겠습니다.”
이 메일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예의는 지키되, 과하게 사과하지 않으며, 직설적이되 부담스럽지 않고,
클라이언트에게 편한 '출구'를 제공하면서도 자신의 기준을 명확히 한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한 가지 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너무 늦게 후속 연락을 하면, 당신도 프로젝트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보이고 너무 자주 연락하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는 1주일간 답이 없을 경우, 첫 번째 팔로업 이후 2주 차에 한 번 더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깔끔하게 마무리
다음엔 이렇게 대비하세요
클라이언트를 통제할 순 없지만, 그들이 잠수 타기 어렵게 만들 수는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하면, 이런 일이 생겨도 훨씬 덜 흔들립니다.
- 계약금(보증금)은 필수로 받으세요.
최소 25~50% 정도를 착수금으로 받는 건 단순한 현금 흐름 문제가 아니라 '진짜 의지가 있는 고객'과 '시간 낭비형 고객'을 구분하는 신호입니다. 돈을 낸 사람은 절대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 계약서를 꼼꼼히 쓰세요.
프로젝트 지연, 중단, 변경 시 어떻게 되는지 명확히 하세요.
'중도 해지 수수료', '결제 조건',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을 포함하면 클라이언트도 책임감을 갖고 소통하게 됩니다.
- 결제는 단계별로 나눠서 진행하세요.
프로젝트가 크면 중간중간 '마일스톤'을 설정하고 그때마다 결제를 받으면
작업이 끊기더라도 피해가 줄어들고, 서로 계속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도 생깁니다.
- 경고 신호는 무시하지 마세요.
예산 얘기를 피하고, 계약 조건에 딴지를 걸며, 일정 잡기를 꺼리는 고객은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겁니다.
계약금을 아까워하는 고객은, 대금 청구도 쉽게 무시할 수 있어요.
그 사이, 당신을 위한 시간을 채우세요
클라이언트의 답장을 기다리며 이메일 새로고침만 하다 하루를 보내지 마세요.
오히려 이 시간이 새로운 기회를 준비하기 딱 좋은 시기입니다.
- 포트폴리오를 최신 작업으로 업데이트하세요.
- 미뤄뒀던 케이스 스터디를 정리하세요.
- 과거의 좋은 고객에게 안부 메일을 보내보세요.
- 눈여겨봤던 공모전이나 프로젝트에 지원해보세요.
- 조용히 있던 연락처에 가볍게 인사 메일을 보내보세요. (일이 있었는데 깜빡한 경우도 많습니다.)
당신을 기다리게 만드는 사람에게 당신의 감정과 시간 모두를 넘겨주지 마세요.
하루에 2번만 이메일 확인 시간을 정하고, 그 외엔 자신의 일에 집중하세요. 그게 당신의 리듬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언제 포기해야 할까 (그리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무리 노력해도, 어떤 고객은 정말로 사라집니다. 그럼 언제쯤 손을 놓아야 할까요?
1~2주 간격으로 3번의 전문적이고 정중한 후속 메일을 보냈는데도 반응이 없다면,
이젠 놓을 때입니다. 더 이상 연락하면, 간절해 보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깔끔한 이메일 한 통 보내세요.
“연락이 닿지 않아, 프로젝트는 현재로선 보류 상태로 간주하겠습니다. 이후 상황 변화가 있으시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그다음엔, 당신의 에너지를 더 나은 곳에 씁니다. 화내지 마세요. 자신에게도, 그 클라이언트에게도요.
모든 프로젝트가 끝까지 가는 건 아니니까요. 그건 실패가 아니라, 창작 업계의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이번 일을 통해 얻은 교훈으로 프로세스를 정비하세요. 계약서를 개선할 수도 있고,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더 명확히 할 수도 있겠죠.아니면, 처음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고객을 다음엔 피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어요.
그리고 절대, 이 경험이 당신을 더 작고, 더 싸고, 더 절박하게 만들도록 두지 마세요.
당신의 가치를 알고, 제값을 지불하며, 책임감 있게 소통하는 클라이언트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들과 일하는 게 진짜 기회예요.
고객의 잠수는 마음이 아픈 일이지만, 대부분 ‘개인의 문제가 아닌 비즈니스의 혼란’일 뿐입니다.
진짜 가치 있는 프로젝트는 당신이 매달리지 않아도 흘러가지 않아요. 진짜 좋은 클라이언트는 연락 한 통 없이 사라지지 않아요. 그러니 계속해서 전문성을 지키고, 기준을 유지하며,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세요.
다음 멋진 프로젝트는, 어쩌면 지금 당신이 보낼 한 통의 이메일에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그 이메일, 지금 써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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