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apped의 매력
- Sharemelon

- 11월 10일
- 3분 분량

'Wrapped’는 어떻게 가장 강력한 브랜딩 캠페인이 되었나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 우리는 홀리데이 에디션만큼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스포티파이(Spotify)의 'Wrapped(연말 결산)'를 비롯한 각종 브랜드의 '연간 리포트'입니다.

단순한 데이터 요약에 불과했던 이 '연말 결산'이 어떻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전 세계적인 '문화 현상'이자 거대한 '밈(Meme)'이 될 수 있었을까요?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SNS에 이 '성적표'를 인증하고 공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현상 속에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디자인'과 '브랜딩'에 대한 놀라운 통찰이 숨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 그 성공의 비밀을 파헤쳐 봅니다.
1. 왜 우리는 '나의 1년'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가?
연말 결산 캠페인의 폭발적인 성공은, 브랜드가 인간의 본능적인 심리를 정확하게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① 나를 증명하는 '배지' (Identity)
"내가 올해 이런 음악을 들었어"라는 말은, "나는 이런 취향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야"라는 선언과 같습니다. 브랜드는 고객이 자신의 정체성을 세련되게 과시할 수 있도록 빛나는 '배지'를 달아준 것입니다.
② 나만 아는 '비밀' (Personalization)
"당신만을 위한 1년의 기록"이라는 극도의 개인화된 경험은, 거대 브랜드가 나라는 개인을 정확히 알아주고 있다는 특별한 친밀감을 선사합니다. '나'에 대한 데이터는 그 어떤 광고보다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③ 우리만 아는 '암호' (Belonging)
친구들과 Wrapped 카드를 공유하며 "너도 이 가수를 들었어?"라고 비교하고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이는 '나도 이 트렌드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회적 소속감과 유대감을 충족시킵니다.
④ 재미있는 '게임' (Gamification)
'Top 0.1% 청취자', '올해의 아티스트' 등 랭킹과 배지를 부여하는 것은 1년간의 활동을 보상받는 듯한 성취감과 재미를 자극합니다. 데이터가 곧 나의 '점수'이자 '트로피'가 되는 것입니다.
2. 왕좌의 주인, 스포티파이 (디자인의 승리)
스포티파이는 이러한 심리적 욕구를 완벽한 '디자인'으로 구현해냈습니다.

'데이터'를 '스토리'로 만드는 디자인
스포티파이는 '총 청취 시간 5,000분'처럼 단순 수치를 나열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2025년은 이 음악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또는 "당신의 음악적 여정은 이러했습니다"처럼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데이터를 재가공합니다. 차가운 데이터에 따뜻한 맥락을 입히는 것입니다.
'공유'를 위해 태어난 UI/UX
Wrapped 캠페인의 모든 디자인은 처음부터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딱 맞는 세로형 카드로 제작됩니다. 마치 잡지 표지처럼 감각적이죠. 또한, 각 카드마다 배치된 '공유하기' 버튼은 고객이 망설임 없이 자신의 SNS로 퍼 나를 수 있게 설계된, 치밀한 바이럴 장치입니다.
데이터 시각화의 정수
복잡한 청취 데이터를 화려하고, 직관적이며, 감각적인 그래픽으로 변환합니다. 매년 바뀌는 트렌디한 폰트와 컬러 팔레트는 스포티파이의 '힙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다시 한번 고객에게 각인시킵니다.
3. 우리도 잘했다! (국내외 사례)
이러한 전략은 스포티파이만의 것이 아닙니다.

토스 / 뱅크샐러드
'연간 소비 리포트'를 통해 "내가 치킨에 이렇게 많이 썼다고?"처럼 유머와 공감을 자극합니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금융'을 일상의 대화 소재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배달의민족
'올해 먹은 치킨 수', '최애 가게' 등 소비 데이터를 '배민스러운' 유쾌한 배지와 통계로 풀어내어 재미를 극대화합니다.

넷플릭스 / 왓챠
'연간 시청 시간', '나의 인생작' 등을 통해 고객의 콘텐츠 취향을 기반으로 그들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4. 작은 브랜드와 개인을 위한 적용법
"우린 스포티파이처럼 거대 데이터가 없는데요?"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고객을 향한 관점'입니다.
쇼핑몰
"올해 가장 사랑받은 제품 TOP 5", "OOO님이 가장 많이 구매한 아이템", "당신과 취향이 비슷한 고객이 함께 구매한 제품"
굿즈샵/작가님 사례
"2025년 우리 샵에서 가장 빛난 아이돌 그룹 TOP 3", "팬들이 가장 열광한 굿즈 유형 (포토카드 vs 아크릴)", "VVIP 고객이 가장 사랑한 멤버는?"
개인 브랜딩/작가
"올해 제 칼럼 중 가장 반응 좋았던 주제 TOP 3", "독자분들이 가장 많이 남겨주신 키워드"
결론: '연말 결산'은 브랜드가 보내는 '감사 편지'
이처럼 고객과의 접점에서 얻은 작은 데이터라도, 이를 '정리'하고 '의미'를 부여해 되돌려준다면 고객은 감동합니다. 연말 결산 캠페인의 본질은 '우리 실적이 이만큼 좋습니다.'라는 브랜드의 자랑이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1년간 당신과 함께했고, 당신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브랜드가 고객에게 보내는 가장 개인적이고 따뜻한 '감사 편지'입니다.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에게 감동과 재미(가치)를 되돌려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고객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팬을 만드는 현대 브랜딩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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