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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을 틈탄 마케팅

  • 작성자 사진: Sharemelon
    Sharemelon
  • 3일 전
  • 3분 분량


정전 사태부터 화재 사고까지, 위기를 기회로 바꾼 브랜드들의 타이밍 미학

비즈니스 세계에서 마케터들은 수개월 동안 머리를 맞대고 완벽한 캠페인을 기획합니다. 수억 원의 예산을 짜고, 정교한 시나리오를 만들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상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마케팅은 철저한 계획 속이 아닌, 예상치 못한 ‘혼란’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갑작스러운 사회적 이슈나 밈, 심지어 재앙에 가까운 사고가 터졌을 때, 그 혼란을 틈타 판을 뒤집어버린 천재적인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실시간 트렌드 마케팅' 혹은 '뉴스재킹(Newsjacking)'이라 부릅니다. 물이 들어올 때 모터까지 달아버린 세 가지 결정적 순간을 소개합니다.

1. 정전 사태를 집어삼킨 오레오 (Oreo)

2013년, 미국 전역의 이목이 쏠린 최대의 스포츠 축제 '슈퍼볼' 경기 도중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경기장 전체가 암전되는 전면 정전 사고가 터진 것입니다. 수억 명의 시청자가 TV 앞에서 당황했고, 트위터(현 X)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진 사람들의 글들로 폭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백억 원짜리 광고를 태운 대기업들이 발을 동동 구르던 바로 그 10분의 타이밍이었습니다.

오레오의 마케팅 팀은 이 혼란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정전 발생 단 10분 만에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나는 오레오 과자 이미지와 함께 한 줄의 카피를 던졌습니다.


정전됐나요? 문제없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오레오는 우유에 찍어 먹을 수 있으니까요. Power out? No problem. You can still dunk in the dark.

"정전됐나요? 문제없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오레오는 우유에 찍어 먹을 수 있으니까요."

이 단 한 장의 이미지는 그날 슈퍼볼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은 그 어떤 대기업의 TV 광고보다 훨씬 더 많은 리트윗과 언론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완벽하게 준비된 무대가 꺼진 순간, 혼란을 틈탄 위트가 승리한 순간이었습니다.

2. 전소된 자동차와 스탠리(Stanley)의 역습



2023년 말, 한 여성이 틱톡에 처참하게 불타버린 자신의 자동차 내부 영상을 올렸습니다. 차량 내부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소되었는데, 신기하게도 컵 홀더에 꽂혀 있던 '스탠리 텀블러'만 멀쩡히 살아남아 있었습니다. 심지어 여성이 텀블러를 흔들자 안에서 얼음이 달랑이는 소리까지 났죠. 브랜드 입장에서는 내구성을 증명할 최고의 기회이자, 자칫 타인의 비극을 마케팅에 이용한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혼란'이었습니다.

스탠리의 CEO는 결재 라인을 건너뛰고 즉시 영상으로 응답했습니다.


"스탠리의 내구성을 증명해 줘서 고맙다. 우리가 당신에게 새 텀블러를 보내주겠다.

그리고... 당신의 차도 새 차로 바꿔주겠다.

타인의 불행을 자사 홍보로만 소비하려 했다면 대중은 돌을 던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탠리는 '차를 선물하겠다'는 대범한 결단으로 혼란을 '감동'으로 치환했습니다. 수십억 원의 광고비를 쓴 것보다 훨씬 강력한 브랜드 신뢰도를 얻은, 역대급 노 젓기 사례로 남았습니다.

3. 구글의 시스템 허점을 낚아챈 버거킹 (Burger King)



2017년, 버거킹은 아주 발칙한 15초짜리 TV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광고 속 직원이 화면을 똑바로 보며 이렇게 말하는 영상이었죠.

"오케이 구글, 와퍼가 뭐야?(OK Google, what is a Whopper burger?)"

오케이 구글, 와퍼가 뭐야? OK Google, what is a Whopper burger?

이 광고가 송출되자마자 미국 전역의 가정집에 있던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Google Home)'이 일제히 반응해 와퍼의 설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구글은 예상치 못한 기기 오작동과 기술적 혼란에 당황해 몇 시간 만에 버거킹 광고 속 목소리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업데이트를 단행했습니다.

진짜 노 젓기는 이때부터였습니다. 버거킹은 구글이 차단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 톤을 미세하게 바꾼 '우회 광고'를 다시 내보내 구글 홈을 또다시 작동시켰습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와퍼를 검색해 볼 것을 예측하고, 누구나 수정할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와퍼 항목을 미리 "와퍼는 100% 소고기로 만든 최고의 버거"라는 광고 문구로 도배해 두었습니다. 대기업들의 시스템이 허를 찔려 혼란에 빠진 틈을 타, 단돈 몇 푼으로 미국 전역의 거실 스피커를 자기들의 광고판으로 만들어버린 천재적인 뉴스재킹이었습니다.

준비된 자만이 혼란을 틈탈 수 있다

'혼란을 틈탄 마케팅'의 핵심은 결코 요행이 아닙니다. 이슈가 터졌을 때 내부 결재를 받느라 시간을 지체했다면 오레오의 10분 트윗은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고, 리스크가 무서워 몸을 사렸다면 스탠리의 새 차 선물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사회의 타임라인을 실시간으로 읽어내는 '날카로운 관찰력', 기회가 왔을 때 선을 넘지 않고 위트를 발휘하는 '유연함', 그리고 즉각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과감함'. 이 세 가지가 갖춰졌을 때 비로소 혼란은 위기가 아닌, 브랜드를 왕좌에 앉히는 최고의 기회가 됩니다.


당신의 브랜드 앞에 예기치 못한 정전이 찾아왔나요?

당황하지 마세요. 어둠 속에서 당신의 오레오를 어떻게 찍어 먹을지 고민할 타이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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